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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SNS를 통해 이미지를 무비판적으로 검열없이 받아들이고, 그 순간 존재하는 시각적 심상을 의심없이 흡수하면서 그 의미와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휘발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토막난 정보 콘텐츠는 탄생한 시간과는 상관없이 재미로 잘 버무려진 채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띄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중이다. 콘텐츠들의 시의성은 재생산자의 미적 디지털 취향에 덮이고, 다시 재공유되며 픽셀의 해상도 정도로 겨우 감지될 뿐,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무작위적 랜덤의 정보들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삶의 방향을 무너뜨리고 의미가 없어질 텅 빈 정보를 머리속에 채우는 것이 목적이다. 그간 인간이 쌓아온 서사와 이야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콘텐츠의 바다에서 유영한다.

한편, 미술 전시에서의 회화, 조각, 사진 등 여러 매체는 작가들의 이면을 능숙히 숨기는 기능에 충실하다. 관람객은 작품의 물성을 우선 인식하여 종종 작가의 존재를 간과하기도 한다. 작가들은 작품 뒤에서 자신을 숨기고 각자만의 이미지 규칙을 적용하여 작품으로 제시한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환영적이지 않은 자신의 외양을 –그들의 ‘작품’을 우선시 하도록- 감싼다. SNS 콘텐츠는 과잉 노출되지만 작품 이미지에 가려진 작가들은 결핍 노출된다. 이러한 과잉과 결핍은 균형을 맞춰 안정적인 백색소음으로 전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들은 작가의 집약체로 삶이 응축된 개개인의 거대서사다. 전시된 각각의 작품들은 자가 영역의 분명한 경계를 구분하면서도 작품 간의 연결 지점을 만들어내는 장치로도 작동된다. 

전시는 작가의 작품의 이면, 즉 시각 너머에 ‘사람’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작품 뒤에 숨어있는 작가와 사람의 존재를 어떻게 놓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도로부터 시작되었다. 콘텐츠의 시의성이 재생산자들의 미적 디지털 취향으로 덮이고 해상도에 가려지는 만큼, 표면적 이미지 그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회화에서의 그 이면이란 작품을 탄생시킨 작가가 아닐까. 전시 제목《여기 사람있어요》는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고 서로에게 자신을 알리는 작은 신호이면서도 지금, 당장, 현재의 ‘다급성’을 호출하는 문장으로 ‘여전히’ 존재하지만 발견되지 못하면 서사에서 밀려나 죽음과 다름없는 삶을 살게 될 것임을 의미하며 이는 사람의 존재를 강조하는 동시에, 오롯이 살아있는 ‘현재’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각 작가마다 7문 7답의 형태로 영상으로 배치하였으며 오디오 도슨트 7인을 모집하여 최종 선정된 오디오 도슨트 7인의 목소리를 전시 기간 동안 살펴볼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 각자 다양한 배경과 다채로운 경험을 가진 14명의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함께 어울리며 작가 간, 그리고 작가와 관람객간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연결짓고 이야기를 생성하여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게 해줄 것이다. 

전시는 작가들 개개인의 장르적 다양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동시대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그리고 청년을 공통 코드로 삼는다. 관람객이 작가와의 접점을 발견하여 공감을 자아내고 소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다. 흐릿한 시각 너머의 사람을 발견해보자. 지금 이 시간을 길고 느리게 감각하면서 피상 너머에 존재하는 타인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중적 시각 체계: 이미지 보기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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